안빈재 安貧齋
위 치 : 경기도 평택시 비전동
대지면적 : 206.45 m2
연 면 적 :97.64 m2
규 모 : 지상2층
구 조 : 목구조
시공사 : 위빌
완공일 : 2022년 2월
photo by Changmook Kim
건축사님께
2020년 11월에 인생의 후반기를 맞이하는 우리 부부는 주어진 공간에 끼워맞춰 지내던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공간을 짓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 도전이 아파트 공화국인 현실에선 무모하지만, 우리 가족에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우리 집은 좁은 땅을 200% 활용해 꽉 채워 지은 집입니다. 우리 집의 이름이 즐거운 ‘낙’자와 가난할 ‘빈’자가 들어간 이유는 좁은 땅이지만, 여러 가지 즐거움을 담을 수 있는 집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리 집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을 떠올리며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달을 살아본 지금 느끼는 우리 집은 우리 가족이 흩어졌다 다시 모이며 쉼 없이 움직이게 합니다. 중정과 외부 나무 기둥을 페인트칠하면서, 움직이는 만큼 달라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물론 얼마나 자주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지만. gg
창문마다 나무를 볼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집 안에서도 밖을 느낄 수 있는 외부와 호흡하는 집입니다. 서쪽 창문에 심은 자작나무는 새잎이 나지 않고 마를 수 있으니 실망하지 말라고 했지만, 열심히 3월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물을 주며 새잎이 나기를 기원했었답니다. 그리고 새잎이 나서, 창문을 바로볼 때마다 관찰하게 됩니다.
별채인 서재는 자꾸 일을 하게 합니다. 조용한 공간에서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큰 맘 먹고 장만한 거실의 스피커로, 예전에 쓰던 일체형 스피커를 서재로 옮겨 심심하지 않게 혼자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담한 2층의 딸 방 덕택에 딸은 자주 집에 옵니다. 가족이 모였다가 흩어져 각자의 공간을 갖게 된 덕택입니다. 현장 소장님과 설계사님의 예상대로 다락은 고양이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사온 초기에 고양이가 다락의 구석에 숨어서 나오지 못하는 것을 모르고 1시간 넘게 찾다 지쳐, 집 안의 모든 가구의 문을 열어 놓고 기다리자는 마음으로 열다가 찾은 일이 있습니다. 그 때 우리 집이 엄청 넓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gg
그리고 자주 밖에 나가게 됩니다. 식당에서 식사 준비를 많이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식당을 크게 설계해 달라고 했는데, 사실 지금은 외식을 더 만히 하고 있습니다. 평택의 본 도심지와 가까워 예전 아파트에선 즐기지 못했던 다양한 음식점 탐방이 이어지고 있지요. 산책하듯이 걸어가서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ㅋㅋ
작은 집을 요모조모 알차게 꽉꽉 담아 크게 설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2. 4. 15. 안빈재에서